바람 무성하더니
가는 비가 내리며 저 길이 젖고 있습니다
창문이 덜컹이는군요
아린 손마디 꺾어 창문을 열며
부서질 것만 같은 가슴 저쪽
아무도 모르게 파 놓은 우물로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가 와락 들어옵니다
가는귀라도 먹었으면 좋을 저 소리
기진한 가슴에서 한숨이 새나와
빗물이 눕는 저 길에 그리움이 흐릅니다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비 오는 날에는
이렇게 바람 부는 날에는
손 내밀면 따스하게 안아줄 당신이
유난히 보고 싶습니다
기다림이라는 건
처연해지는 일이던가요
푸른 이끼 무성한 저안에서
메아리가 되지 못한 보고픔이 고입니다
목울음 눌러둔 이 아픔이
너무 오래 머물러 있지 않기를
나는 한잔 술에 눈물을 떨어트리고
두잔 술에 그리움을 담아 털어 넣습니다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도
술잔에 부어 마셨지만
입안을 맴돌다가 쏟아지고 맙니다
당신 많이 보고 싶습니다
- 김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