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피비린 옥루(玉累)를 헐고
따사한 햇살에 익어가는
초가삼간을 나는 짓자.
없는 것 두고는 모두 다 있는 곳에
어쩌면 이 많은 외로움이 그물을 치나.
허공에 빅힌 화살을 뽑아
한 자루 호미를 벼루어 보자.
풍기는 흙냄새에 귀기울이면
뉘우침의 눈물에서 꽃이 피누나.
마지막 돌아갈 이 한 줌 흙을
스며서 흐르는 산골 물소리
여기 가난한 초기를 짓고 푸른하늘
푸른 하늘 나무이 사철 넘치는
한 그루 나무를 나는 심자
있는 밖에는 아무것도 곳에
어쩌면 이 많은 사랑이 그물을 치나
- 조지훈 「 승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