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러한 시인이 좋다.
번뜩이는 은유로
세상을 사로잡는 사람이 아니라
아침에 출근하는
235밀리 아내의 발을 지켜보며
배웅하는 소박한 시인이 좋다.
날카로운 지성으로
언어를 사로잡아
마음대로 요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언어의 무한한 색채의 바다에
감성의 배를 띄우고 흘러가는 시인이 좋다.
아내를 위해
차가운 달빛에 하얗게 반짝이는
커다란 타지마할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잔가지를 물어다 집을 짓는 새처럼
평범한 언어로
사람들 사이의 나무 가지 위에
시의 집을 짓는 시인이 좋다.
- 백원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