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얼굴도 예쁜 여학생 두 명이 찾아왔습니다. 손에 대파 한 단, 달걀 한 판과 국수 두 묶음을 들고 왔습니다. 부천이 집입니다. 마리아와 가타리나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데 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을 읽고 민들레국수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합니다. 설거지도 얼마나 정성스럽게 하는지 감탄했습니다. 우리 VIP 손님을 전혀 어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식탁 시중도 들어줍니다.
마침 동암역에서 노숙하는 유승현님(가명)이 들어왔습니다. 한 달 전쯤 처음 왔을 때는 얼굴에 분노와 절망이 가득했습니다. 겨우 며칠 전에야 무표정하지만 고개를 까딱하면서 인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쁜 여학생이 반갑게 인사하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승현님의 얼굴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국수집 주방일이 마리아와 가타리나의 도움으로 한가해졌습니다. 이 틈에 우리 손님들이 좋아하는 쪽파김치를 담그면 좋겠다 싶어 쪽파를 한아름 사왔습니다. 국수집 길 건너편 계단에서 쪽파를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손님들을 쪽파 다듬는 일로 초대했습니다.
조민호씨(가명)는 멀리 서울 청량리역 근처의 쪽방에서 삽니다. 매주 서너 번은 이곳에 와서 식사를 합니다. 왕복 일흔네 정거장을 거친다고 합니다. 동인천역에 내려서 이곳에 오려면 거의 800m를 걸어야 합니다. 민호씨는 버거씨병으로 한쪽 다리는 의족입니다. 세상에 밥 한 그릇 드시기 위해 왕복 일흔네 정거장을 지나는 수고를 해야 하다니요. 그래도 민호씨는 민들레국수집의 밥이 제일 맛있다고 합니다.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손님 두 분이 어찌나 맛있게 식사를 하시던지요. 그렇게 꿀맛인 양 맛있게 드시는 분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너무 맛있었다면서 꼬깃꼬깃 숨겨둔 비상금 1,000원짜리 두 장을 꺼내더니 두 분이 한 장씩 나눠 가집니다.
그런 다음에 조그만 돼지저금통에 넣습니다. 두 분도 쪽파 다듬기에 초대해서 쪽파를 다듬었습니다. 밥이 너무 맛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그 많던 쪽파를 모두 다듬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천대와 멸시를 받습니다. 무지하고 무능력하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들은 온전한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남의 것을 빼앗지도, 속이지도 않았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 속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드러내 주는 소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