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다 제자리가 있다.
우리는 저마다 제자리를 알고, 제자리를 지키고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아니될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눈은 눈의 자리가 있고, 입은 입의 자리가 있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자리가 있고, 어머니는 어머니의 자리가 있다.
선생은 선생의 자리가 있고, 학생은 학생의 자리가 있다.
軍은 군의 자리가 있고, 民은 민의 자리가 있다.
저마다 제자리를 지킬 때, 사회의 번영이 마련된다.
저마다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데서 사회의 紀綱이 무너지고,
질서가 어지러워지고, 혼란과 쇠망의 길로 전락한다.
저마다 제자리를 알고, 제자리를 지키는 것을
한문에서는 守分이라고 일컫는다.
제 분을 지키는 것이다.
수분은 질서와 평화와 번영의 원리일 뿐만 아니라 美의 원리다.
이 세상에 모든 존재는 저마다 제자리에 있을 때 건강하고 아름답다.
밥알이 밥그릇 속에 있을 때에는 아름답지만,
얼굴이나 옷자락에 붙으면 아름답지 못하고, 도리어 추하다.
그것은 제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은 학교에서 공부할 때 가장 아름답고,
선생은 교실에서 가르칠 때 제일 아름답다.
어머니는 어린애를 품에 안고
자식의 얼굴을 자애의 눈으로 들여다볼 때 최고의 미를 발한다.
모두 제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 플라톤은 정의의 원리에 입각한 이상국가를 구상했다.
이상국가란 어떤 국가냐, 정의의 국가다.
정의란 무엇이냐,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제각기 제자리를 지키어 남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수분이 곧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정치가는 정치가의 자리에서 정치가의 할일을 다하고,
군인은 군인의 자리에서 국토방위의 임무를 다하고,
생산계급은 각 직장에서 제가 맡은 직분을 다하여
서로 남을 침범하지 아니할 때 국가의 정의가 실현되고,
정의국가가 건설된다고 플라톤은 말하였다.
이상사회는 제각기 제자리를 지키는 사회다.
그 자리에 있으나마나한 사람이 있다.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될 사람이 있다.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있다.
우리는 저마다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모든 존재는 제각기 제자리가 있다.
우리는 각각 제자리를 알고, 제자리를 지키어야 한다.
守分主義의 인생관을 가지고
저마다 제자리에서
제 빛을 발하고,
제 노래를 부르고,
제 존재意義를 드러내야 한다.
- 안병욱 교수 <아름다운 創造>중에서